왜 #
#2020-12-11 00:31:39
엄마는 나한테 참 잘해줬는데 왜 나는 엄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 사랑이나 미안함, 연민, 고마움같은 감정이 절대아니다. 억울함, 눈치보임, 실망감, 기대하게만든것에대한 원망, 완전해보였는데 완전하지않았던것에대한 배신감, 뭐이런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와 눈물을 줄줄흘리고마는것이다. 엄마는 자기를 믿고 의지할수밖에없도록 자기방식대로 나를 ‘키워’버려놓고 그에따른고통을 봐주는법을 몰랐다. 정말이지 하나부터열까지 나에게맞지않았는데. 식습관, 옷입는것, 사람을 대하는방법, 대화하는법, 외향적인사람이될건지아닌지. 엄마는 고기를좋아하지만 나는빵을좋아한다. 엄마는 화려한걸좋아하고 갖춰입은걸 좋아하고 갖춰입지않은사람(나)을 보면 눈쌀찌푸린다. 나는 꾸미는것이 눈에띄는것이부담스럽지만 엄마는 이해하지못한다. 엄마는나에게 공부를 기대했고 나에게도 기대시켰다. 엄마는 너는 사교성이있다고 가르쳤지만 사실없었다. 엄마는 사고하기보단 감정적이며, 생각하기나름인 모든일들을 자신의 세계에맞춰서 생각하고 말하고 그렇지않은것들은 옳지않은걸로 치부한다. 모든 말을 너무나 확신에차서 말하는 엄마였고 그녀에게서 키워진 나는 정말 그모든게 옳은줄알았다. 엄마는 나와함께살아온 모든시간동안 전혀 변하지않았지만 자신은 변했다고 생각하고, 엄마는 전혀나를 이해하지못하지만 ‘이제는 훨씬 성숙해진 자신’은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너를 이해한다고? 네생각이 맞지않을때도 많지만, 그게보이지만 나도 너를 이해해서 그래서 냅두는거라고? 거짓말이다. 내가 1년을 힘들어하고 1년동안 조용해졌다가 1년반동안 아무말도안하고 방안에 불끈채 누워있지않았어도, 내가저지른 ‘엄마가 계획한 내인생에서의 수많은 탈선’중 단하나라도 제대로이뤄졌다면, 그랬을때도 나를 이렇게나마 냅둘생각이 본인 스스로 들었을까? 가장최악인것은 엄마는 자기모습을 나한테 투영하며 나와 자기가 닮았다고 생각한다는것이다. 사실 본인은 화려한걸 딱히안좋아하고 사실본인은 이성적이며 혼자있는게편하다고. 거짓말이다. 내가태어나고부터 엄마를더이상 따르면 안되겠다고은연중에라도 느꼈던 2-3년전까지 본인이 나에게 주입한모든것들을 몽땅잊지않고서야 그럴수는없는것이다. 엄마는 왜그러는걸까? 내가 열심히생각하면 엄마를 이해할수있을까? 잘모르겠다. 내성향이 사실은 엄마가 동경하는 성향인걸까? 나는 아빠를 닮았고 엄마는 항상 아빠를 이해할수없다며 한숨지었다. 아빠가 귀를막고 자기가 원하는방향으로 걸어가면 걷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나와동생에게 한탄하곤했다. ‘니네아빠 정말 특이하지?’ ‘너는저렇게 고집세고 자기만생각하는사람이랑 절대결혼하지마라.’ 근데 하나 추가하자면, 엄마는 아빠를많이사랑한다. 자주서운해하고 자주험담하는만큼. 그리고엄마는 나도 정말많이사랑한다. 사랑한다니. 사랑하면서 어떻게 이러지?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걸믿었고 사랑함에서나오는 모든 행위들이 나에게 좋을것이라는엄마말도 믿고살았다. 난정말 의지하고, 믿었고, 사랑도했던것같다. 그동안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않은순간은 없었을것이다. 모든건 사랑의표현이었을테지. 그럼나는, 그 어느정도는 희미해진 나의 모든 ‘키워지던’ 지난시간에서 대체 무엇에 상처받고 무엇이 힘들다고 느껴서, 그렇게나 의지하고 믿고 사랑도했던 누군가를, (분명히 아직까지 나를 사랑하는데도) 내의지로 의지하기를 그만두고, 믿기를 그만두고, 사랑하는마음도 옅어지게한건지? 그건 내의지였지만 내의지가 아니었다. 엄마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의지하거나 믿거나 사랑할수있어서 그런게 아니었다. 나는 의지하고 믿고 사랑할사람이 필요했지만, 그랬으면서도 울고 외로워하면서 엄마를피했다. 이제는 외롭지도, 빈자리가 많이느껴지지도않고, 의지하고믿고 사랑할사람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나를 키우던 엄마보다도 훨씬 나를 더 잘 보살피고 키울수있게됐다. 나는 엄마완달리 내가 빵을좋아하는것도, 사교성이 높지도 그리 공부를 잘하지도않다는걸,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는걸, 나는 화려한옷을 입는걸 안좋아한다고, 그래도 괜찮다는걸, 감성을나눌수있는사람이좀 부족하다는걸,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는걸 다알아줄수있고 그걸로힘들어하면서 일기를썻던, 알아주는이없던 좀불쌍한 과거의나도 다보살피고 어르고달래줄수있다. 그리고 지금의내가 아직몰라서 아직 괜찮다고말해줄수없는부분도, 미래의내가 어르고달래줄수있단걸 믿는다. 그렇게 나는나에게 진심으로의지할수있게됐다. 하지만대체왜? 내가아직부족한가? 난아직도 왜 엄마얘기가 나오는 미디어만 접하면 버튼눌린듯이 눈물콧물쏟으면서 서러워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