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살지? #
#2020-01-26 23:22:04
모르겟는데 뭐 사는거 퍽나쁘지않잖아?는 질문에 답이못된다. 난왜사냐고물은것인데…
내가 살고있는이유는 기본값이 사는것이기때문이다. 난 살고죽는것 둘중어느것도 선택한적이없다. 기본값이 사는것일뿐이다. 아무것도안하고 가만히있었는데 살고있어서 살고있는것이다. 아무것도안하기를 택했을때 죽을수도있었다. 살려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하는 환경에서 가만히있었다면 아마 자연히죽었을것이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선택한적없고 살기위한 그어떤능동적인행동도 하지않는데 환경이 나를 살게내버려두었다. 그래서나는살고있다. 엄마아빠가 살아있는동안은 가만히있으면 살것이다.죽음은 내가 선택해야한다는점에서 다르다. 이 환경에서는 능동적으로 죽음을 선택해야 죽는다. 그래서나는 살고있는것이다.
왜죽음을 선택하지않는가? 가장큰이유는 고통을감수해야한다는것이다. 눈앞에 죽음버튼이 뿅 하고 떠오른다면 그걸 누르는건 쉬운선택이니까 가만히있고싶은 욕구를 손쉽게이겨낸후 죽음을선택할수있다. 하지만 죽는것은 그렇게 쉽지않다. 고통이따른다.
물론 죽지않아도 고통이있다. 가만히있으면 자연히 살게되고 사는것에 딸려오는고통을겪게된다. 이것이 죽음에 딸려오는 고통보다크다면 나는 죽음을 선택할까? 양론적으로만 따지기는 힘들다. 왜냐면 사는것에 딸려오는고통은 사는것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안했을때 자연히 겪게되는일이다. 죽음에딸려오는고통은 내가선택하는고통이다. 가만히있어서 겪는고통과, 가만히있는것을 벗어나는고통+죽음에딸려오는고통 - 양론적으로 비교하려면 이렇게해야하지. 근데 심지어 전자는 익숙한것이다. 대처법도있고. 다만 고통인만큼 고통스러울뿐이다.
아마 사는것도 선택해야하는상황이 온다면 양쪽에 선택의고통이 평등하게 자리잡으니 죽는것을 선택할것이다. 하지만 무력한삶을사는 우울한인간에게 죽음이란 삶속에서 나를힘들게하는, 그런모종의이유로 외면해온 수많은 ‘선택해야하는일’가운데 하나일뿐이다. 그리고 그런인간은 선택같은건 하나라도 더 외면해야 살만하다. 나는그래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