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식이요법 #
#2026-08-13
내가 알고 있는 유명한 저술가 중 한 분은 오전 열한 시만 되면 정해놓고 기분이 나빠진다. 그 시간만 되면 기분이 최악으로 치달아 자기 운명을 한탄한다. 내 경험상 식이요법은 효과가 상당하다.
나는 이분에게 식이요법을 권하기로 했다. 하루는 그분을 찾아가 “아침에 입맛은 좀 있으십니까?“하고 물어보았다. “아니,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어요.” “그런데 왜 억지로 식사를 하려는 거죠?”
이유를 듣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 이분은 아주 전형적인 영국인이었다. 모두가 그 시간에 아침을 먹고 있으므로 나도 그 시간에 그들과 같은 메뉴의 아침식사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리석게도 맛없는 커피를 두 잔이나 마시고, 기름진 베이컨을 빵에 올려 우걱우걱 씹어대는 고통을 감내하는 시간이 아침 열시 반이었다. 당연히 식사를 끝마친 열한 시부터 우울한 감정이 밀려왔던 것이다.
그분을 설득했다. 입맛이 없다면 굳이 아침식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오전 내내 아무것도 먹지 말라. 그리고 점심 무렵에 그분을 밖으로 불러내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요리되 고기를 조금 시키고, 독하지 않은 보르도 산 와인도 반 잔만 시켰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한 달쯤 지나자 더 이상 열한 시가 되어도 기분이 우울해지지 않았다.
소식과 먹고 싶을 때 밥을 먹는, 어떻게 보면 영국의 전통적인 식습관에서 조금 어긋난 나만의 습관으로 인해 그분은 지적으로 보다 능동적인 사람이 되었다. 기분이 상쾌해지니 글도 더 잘 써진다. 책을 읽어도 집중력이 높아진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소득이 있다. 그의 내면에서 풍기는 여유가 위로를 필요로 하는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이 모든 긍정적 변화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고 베이컨이 올려진 빵을 포기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식이요법은 다른 게 아니다. 채소를 다량 섭취하고, 고기를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작은 습관의 변화가 비참했던 생활에 한 줄기 빛을 가져온다. 피로가 줄어든다. 일의 능률이 올라간다. 그분의 위장은 아침식사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무리하게 먹어서 위로 피가 쏠려 뇌에 필요한 혈액이 줄어든 게 원인이었다. 적은 영양소로 지적 노동에 나선 두뇌는 당연히 피로했을 테고, 그 피로감이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식사도, 일도 놓쳐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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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 지적 생활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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