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말을해도 #
#2026-03-23
#1
나는 마음의 병이 있었다. 사실 중학생 때부터 계속되던 병이었는데, 일종의 틱이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혼자 있는 공간에 있게 되면, (엄마) 그 당시 가장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이의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게 되는 것이었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경우라면 큰 문제가 되진 않으나,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는 경우도 있어서, 게다가 이 버릇은 심리적으로 혼자라고 생각할 때도 튀어나왔기 때문에 (엄마.)(왜 아가?)(내가 안불렀어요.) 종종 곤혹스러웠다.
또 이런 나의 병증을 아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조차 내가 이런 증상이 심해질 때는 짜증을 내었다. (엄마, 엄마, 엄…)(시끄러! 중요한 장면이야!)(…가 섬그늘에…굴 따러어…)
그런 나의 버릇은 아주 작은 계기로 완화되었는데, 아주 찰나였지만 나에게는 꽤나 빛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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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집에서 샤워를 하던 도중이었다. 수증기와 함께 뽀얗게 춤추는 티끌 먼지들. 햇빛이 드는 욕실 창가. 그 순간… (기분 좋아.) 또 다시 버릇이 튀어나와버렸다. (J…) 남자친구의 이름이었다.
남자친구에게 들릴 것 같았지만, 나의 이런 이상한 버릇에 대해 미리 말해놓았기 때문에 (나, 그런 버릇이 있어. 혹시 내가 화장실이나 부엌 이런 곳에서 이유 없의 너의 이름을 부른다면 그냥 무시해줘.) 곤란하지는 않았다. (J…)(J, J, J…)(J, J, J, J, J, J, J, J, J, J…)
(J…)(사랑해.)(J, J, J…)(달그락 달그락)
작은 치유는 그의 짧은 입에서 비롯되었는데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한다. (사랑해.)(J, J, J…)(달그락 달그락)
(위잉)(J, 내가 자꾸 이름 불러서 귀찮지?)(하하… 무슨 바보같은 소리야.)(…)(앞으로… 그럴 때마다 사랑한다고 대답해줄게. 알았지?)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나의 증상은 급격히 완화되었다. 그와 헤어지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