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 #

#2026-11-01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은 진기한 것을 구경하러 가거나 “전부 나가서 영화를 봐야 해"라거나 “발레를 보면 나을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찾는 것은 항상 시다.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우리 귀에 속삭이는 인간의 목소리인 것이다.

귀에 대고 속삭이는 시인의 음성이 위로가 될 수 있는 까닭은 삶의 가장 고통스럽고 섬뜩한 순간에도 위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시는 가장 추한 감정들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사이에 질서를 부여해 고귀하게 만든다. 시는 표현력이 무척 풍부하면서도 구성과 형식이 엄격하고 극도로 정제된 언어를 사용한다.

위대한 시는 최고의 형식에 담긴 최고의 감정인데, 슬퍼하는 이의 생각과 감정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을 때 형식은 하늘의 선물과도 같다. 시는 어지러운 의미의 덩어리를 체계화한다.

더러운 것들을 만지고 감상에 젖은 감정들을 정리해도 슬픔이 누그러지지 않을 때라도, 언제든 매달릴 수 있는 감동 깊은 대상이 바로 시다. 시는 무기가 될 수 없을지 모르나 꽤 훌륭한 방패는 될 수 있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피격당한 날 밤, 로버트 케네디는 대부분이 흑인인 인디애나주 청중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어려운 일을 맡았다. 연단 위로 올라가는 그에게는 이미 여러 곳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과 시, 두 가지밖에 없었다.

케네디는 킹 목사가 살해되었다고 발표한 뒤 다음과 같은 아이스킬로스의 시구를 낭송했다.

우리의 잠 속에서, 망각할 수 없는 고통이

가슴 위로 방울방울 떨어지네

우리의 절망 속으로,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고귀한 신의 은총을 통해 지혜가 다가올 때까지

그날 밤 인디애나주에서는 폭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스킬로스의 이 시어들은 불과 두달 뒤 로버트 케네디가 총격으로 사망했을 때, 날카로운 한 조각 아이러니로 케네디 자신의 무덤에 새겨졌으리라.

당신이 평소 시를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라.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시어들을 읽고 무엇이 마음에 남는지를 보라.

시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지 말고 음악을 듣듯 그냥 시를 느껴보라.

아무도 비틀스의 노래를 들으며 “잠깐만, 힘든 날의 밤이 뭐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하지 않는다. 그냥 소리와 리듬을, 특히 시가 주는 느낌을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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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 슬픔의 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