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
#2025-08-04
#1
머스크는 로켓이 산소가 희박한 높이로 충분히 솟아올라 불꽃이 꺼지길 바랐다. 그러나 로켓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비디오 피드에서 오멜렉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더 이상 화면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그리고 불타는 파편들이 바다로 떨어졌다. “위장이 뒤틀렸지요.” 머스크의 말이다. 1시간 후, 머스크는 뮬러, 쾨니스만, 부자, 톰슨 등 수석 팀원들과 함께 잔해를 둘러보기 위해 육군 헬리콥터에 올랐다.
그날 밤 모두가 콰즈의 야외 바에 모여 조용히 맥주를 마셨다. 몇몇 엔지니어는 눈물을 흘렸다. 머스크는 돌처럼 굳은 얼굴과 먼 곳을 응시하는 눈빛으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아주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처음 시작할 때 우리 모두는 첫 번째 임무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로켓을 만들어 다시 시도할 것입니다.
머스크와 수석 엔지니어들은 비행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오는 길에 녹화 영상을 틀어놓고 분석에 들어갔다. 뮬러가 멀린 엔진에서 화염이 발생한 순간을 가리켰다. 연료 누출이 원인인 것이 분명했다. 머스크는 잠시 끙끙 앓더니 뮬러를 향해 소리쳤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해고해야 한다고 내게 말했는지 알아요?” “그냥 해고하지 그래요?” 뮬러가 받아쳤다. “근데 내가 염병할 당신을 해고했소? 염병할 당신은 아직 여기 있잖소.” 머스크가 대꾸했다. 그런 다음 머스크는 긴장을 풀려는 듯 코믹 액션 풍자 영화 〈팀 아메리카: 세계 경찰〉을 틀었다. 그렇게 어둠을 실없는 유머로 바꾸는 것은 머스크에게 흔한 일이었다. 그날 늦게 그는 성명을 발표했다. “스페이스X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이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우리는 이 일을 해낼 것입니다.”
#2
마크스는 제조공정의 모든 측면을 통제함으로써 얻는 이익과 관련하여 머스크의 판단이 옳았음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그는 또한 머스크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 즉 그를 성공으로 이끈 ‘올인’ 방식의 추진력과 그의 나쁜 행동방식이 분리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도 고민한다. “나는 그를 스티브 잡스와 같은 범주의 사람이라고 여기게 됐는데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냥 개자식이지만, 그들은 또한 너무 대단한 것을 성취해서 그냥 물러앉아 ‘그게 패키지인 것 같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과 같은 거죠.” 내가 머스크가 이뤄낸 것이 그의 행동방식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묻자, 마크스는 이렇게 답했다. “만약 이런 종류의 성취를 위해 세상 사람들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진짜 개자식을 리더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요.”
#3
마크스가 떠난 후 머스크는 보다 냉정하고 강인한 느낌의 CEO를 영입했다. 전투 경험이 있는 이스라엘 낙하산부대 장교 출신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기업가로 성공한 제브 드로리였다. 머스크는 말한다. “실제로 테슬라의 CEO가 되는 데 흔쾌히 동의한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두려워해야 할 것이 많았던 탓에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었지요.” 하지만 드로리는 자동차 제작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몇 달 후, 스트로벨이 이끄는 고위임원 대표단은 더 이상 그의 지휘 아래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이사회 멤버인 아이라 에렌프라이스는 머스크에게 직접 지휘권을 잡으라고 앞장서서 설득했다. “내가 운전대를 잡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네요. 둘이 같이 운전대를 잡을 수는 없다는 점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머스크가 드로리에게 말했다. 드로리는 우아하게 물러났고, 머스크는 2008년 10월에 테슬라의 공식 CEO가 됨으로써 약 1년 사이에 네 번째로 그 직함을 보유한 인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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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들 네바다의 죽음 이후 저스틴과 일론은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아이를 갖으려 했다. 그들은 체외수정 클리닉에 다니기 시작했고, 2004년 쌍둥이인 그리핀과 자비에를 낳았다. 2년 후 그들은 다시 체외수정으로 세쌍둥이 카이, 색슨, 데미안을 낳았다. 실리콘밸리의 작은 아파트에서 룸메이트 세 명, 온순하지 않은 닥스훈트 소형견과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던 부부는 이제 로스앤젤레스 벨에어 언덕 구역의 170평 저택에서 톡톡 튀는 아들 다섯 명, 유모와 가정부로 구성된 직원 다섯 명,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닥스훈트 한 마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 사납고 거친 성격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에 다정함이 넘쳐나던 순간들도 있었다. 부부는 서로의 허리를 감싸 안고 팰로앨토 근처의 서점 케플러스 북스까지 걸어가서 책을 구입한 후 카페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곤 했다. “그 얘기를 하자면 목이 메여요.” 저스틴은 말한다. “완전한, 거의 완전한 만족감을 느끼던 순간들이었지요.”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그러듯이 머스크는 아내 앞에서도 순식간에 밝음에서 어둠으로, 어둠에서 밝음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모욕을 퍼붓다가 잠시 멈추곤 표정을 풀며 즐거운 미소를 짓기도 했고, 엉뚱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저스틴은 <에스콰이어>의 톰 주노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곰처럼 의지가 강하고 힘이 센 사람이에요. 그는 재미나게 장난치고 함께 뛰어놀아주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여전히 곰을 상대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죠.”
#5
2008년 봄, 로켓이 폭발하고 테슬라의 혼란이 가중되던 와중에 저스틴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있고 얼마 후 그녀는 부부의 침대에서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올려 앉은 채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일론에게 둘의 관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백만 달러의 장관이 펼쳐지는 남편의 인생에서 열외로 취급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는 말한다. “남편이 수백만 달러를 벌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어요.”
일론은 상담을 받는 데 동의했지만, 그가 한 달 동안 세 번의 상담을 받고 난 시점에 두 사람은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저스틴은 일론이 최후통첩을 했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혼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이다. 반면 일론은 저스틴이 이혼하고 싶다고 반복해서 말했기 때문에 결국 자신이 “나는 결혼생활을 계속할 의향이 있지만, 당신이 이렇게 나에게 못되게 굴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해”라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저스틴이 지금 그대로의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히자, 그는 이혼을 신청했다.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지만,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밀려왔어요.” 저스틴의 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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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당시 스물두 살이던 탈룰라 라일리는 그림책에 나올 법한, 허트포드셔의 전형적인 영국 마을에서 자랐으며, 머스크를 만났을 때 이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각색한 작품에서 베넷 가의 다섯 자매 중 셋째인 음치 메리 역을 맡는 등 작지만 연기력을 요하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큰 키에 길게 생머리를 늘어뜨린 그 미녀는 기민한 성격에 두뇌가 명석한 것이 머스크의 성향과 매우 흡사했다.
닉 하우스와 또 다른 친구 제임스 패브리컨트의 소개로 그녀는 머스크와 함께 앉게 되었다. “그는 수줍음이 많고 약간 어색해 보였어요.” 그녀는 말한다. “그는 로켓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것들이 그의 로켓인 줄 몰랐어요.” 어느 순간 그가 “무릎에 손을 올려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약간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자리가 끝날 무렵, 머스크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런 일에 아주 서툴지만, 다시 만나고 싶으니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라일리가 돌아갈 때가 되었을 무렵 머스크가 그녀에게 청혼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반지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소.” 그녀는 악수로 대신하자고 했고, 두 사람은 그렇게 악수를 했다. “호텔의 옥상 수영장에서 그와 함께 수영하면서 마냥 들뜬 가운데 서로를 알게 된 지 2주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약혼을 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기한지 이야기한 기억이 납니다.” 라일리는 그에게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일까요?” 그녀가 농담처럼 물었다. 머스크는 갑자기 진지한 태도로 “우리 중 한 명이 죽는 거겠지요”라고 답했다. 왠지 그 순간 그녀는 그 말이 매우 로맨틱하다고 느꼈다.
#7
머스크는 자금이 바닥나고 있었고, 테슬라는 적자를 내고 있었으며, 스페이스X는 로켓 세 대를 연달아 추락시킨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말 그대로 파산까지 갈 각오를 했다. 그는 발사 실패 몇 시간 후에 이렇게 발표했다. “스페이스X는 앞으로 나아가는 실행에 있어 결코 걸음을 멈추거나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스페이스X가 궤도 진입에 성공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하지만 그는 로스앤젤레스 공장에 네 번째 로켓을 위한 부품이 있다고 말했다. 가능한 한 빨리 로켓을 만들어서 콰즈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현실성이 거의 없는 기한을 제시했다. 6주 후에 네 번째 발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그냥 계속 진행하라고 말했고, 나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지요.” 쾨니스만의 말이다.
돌연 낙관적인 분위기가 본사 전체에 퍼졌다. 그 당시 인사책임자로 일했던 돌리 싱은 이렇게 말한다. “그의 태도를 보고 우리 대부분은 지옥의 문이라도 선탠오일을 들고 따라 들어갈 마음이 생긴 것 같았어요. 순식간에 사옥의 기운이 절망과 패배의 분위기에서 다들 결의를 다지는 분위기로 바뀌었지요.” 머스크와 함께 2차 발사 실패를 지켜봤던 <와이어드>의 칼 호프먼 기자가 머스크에게 연락해 어떻게 낙관론을 유지할 수 있는지 물었다. 머스크는 답했다. “낙관론, 비관론, 다 집어치우라고 하쇼. 우리는 해낼 거요. 염병할 신께 맹세컨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성공시킬 작정이오.”
#8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된 몇 대의 차량을 출시한 것은 작은 승리에 불과했다. 오래전에 파산하여 잊힌 많은 자동차 회사들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다음 도전은 자동차를 수익성 있게 생산할 수 있는 제조공정을 갖추는 것이었다. 지난 세기에 파산하지 않고 이를 성공시킨 유일한 미국 자동차 회사는 포드뿐이었다.
테슬라는 과연 그 두 번째 기업이 될 수 있을까? 당시에 그것은 불분명해 보였다.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테슬라의 공급망은 통제하기 힘들었고, 회사는 자금이 부족했다. 게다가 스페이스X는 아직 로켓을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다. 머스크는 말한다. “로드스터를 손에 넣었음에도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해로 기록될 1년이 시작되고 있었을 뿐이었지요.” 머스크는 종종 합법과 위법의 경계선 근처까지 내달렸다. 그는 아직 제작되지 않은 로드스터에 대한 고객들의 예치금을 털어 2008년 상반기를 버텼다. 테슬라 경영진 및 이사회 멤버 일부는 예치금을 운영비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조건부 날인 증서로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머스크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을 거예요”라고 주장했다.
탈룰라는 매일 밤 머스크가 거칠게 잠꼬대를 중얼거리거나 때로는 팔을 마구 휘두르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공포에 질려 지켜보았다. “그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녀는 말한다. “머스크는 야경증에 시달렸어요. 자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 저를 할퀴기도 하고 그랬어요. 정말 끔찍했어요. 그런 필사적 몸부림을 지켜보면서 저는 정말 겁이 났어요.” 때때로 그는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속이 뒤집어지는지 화장실로 달려가 비명을 지르며 구역질을 하곤 했어요. 저는 변기 옆에 서서 그의 머리를 잡아주곤 했죠.”
머스크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강하지만 2008년에는 거의 한계를 넘어설 지경에 이르렀다. “묘책을 찾아 해결책을 내놔야 하고, 또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그런 상황에서 매일 밤낮으로 일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머스크는 말한다. 그는 체중이 많이 늘었다가 갑자기 다 빠지고 추가로 더 빠졌다. 자세는 구부정해졌고, 걸을 때는 발가락이 뻣뻣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활력이 솟구쳤고 집중력이 고도로 높아졌다. 교수형 올가미가 눈앞에 아른거리며 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자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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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머스크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반드시 한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8년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았다. 점점 줄어드는 자원을 한 곳에 집중하면, 그 회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원을 계속 분산시키면 둘 다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느 날 그의 열정적인 소울메이트 마크 준코사가 스페이스X의 칸막이 방에 들어섰다. “저기요, 둘 중 하나는 포기하는 쪽으로 가는 게 어때요?” 그가 물었다. “스페이스X에 더 애착이 가면 테슬라는 버리자고요.”
“안 돼. 그러면 ‘전기차는 안 된다’라는 푯말에 또 한 줄이 추가될 것이고, 우리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에 도달할 수 없을 거야.” 머스크가 답했다. 그렇다고 스페이스X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러면 우리는 영영 다행성종이 될 수 없을지도 몰라.”
더 많은 사람이 선택을 강요할수록 그는 더욱 저항했다. “나는 감정적으로 두 명의 아이가 있고 식량은 부족한 상황에 놓인 것 같았어요. 두 아이에게 식량을 절반씩 나눠주면 두 아이 모두 죽을 수도 있고, 한 아이에게 음식을 몰아주면 적어도 그 아이는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죠. 하지만 내가 과연 내 아이 중 한 명은 죽게 놔두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나는 둘 다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