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버팀

나눔과 버팀 #

#2025-07-04


#1

짧고 평범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살면서 한 가지 명확해진 사실이 있다. 인생은 그야말로 운의 상승과 하락의 반복이라는 점이다. 언뜻 보면, 모든 것은 자신의 노력이나 선택에 달려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떤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것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반대로 마치 모든 일이 잘될 운명인 듯 일이 술술 풀리기도 한다.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모든 것이 잘 풀리는 운의 상승기에 있을 때야말로 주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모든 것이 잘 풀리는 순간, 흔히 사람들은 자신만의 성과와 행복에 집중하기 쉽다. 자만하기도 쉽다. 정상에 오르면 기분이 좋고,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게 된다.

하지만 이제 곧 내려가야 할 준비를 해야 되는 때이기도 하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주위를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혼자 잘나가는 것에 몰두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정상에서 여유를 즐기는 시간조차 단축시킨다. 정상에서의 여유를 즐기고 싶을수록 주위에 베풀고 잘해야 한다. 내가 상승세에 있을 대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잘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들에게 나의 행복과 성과를 나누고, 작은 도움이라도 손을 내밀어 주는 것. 이렇게 베푸는 태도는 결국 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쌓이기 시작하고, 이들은 내가 내리막길을 걸을 때 중요한 안전망 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운이 하락하는 시기에 있을 때, 힘들고 고독한 그 순간에 나를 도와줄 사람들은 결국 내가 상승세에 있을 때 베풀고 쌓아 온 관계들이다. 내가 잘나갈 때 쌓아 둔 선의와 나눔이 운이 하락하는 시기에서의 나를 지탱해 준다. 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격려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 순간이 오면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상승세가 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나의 좋은 에너지를 나누고, 내가 가진 것을 베풀고자 한다. 이들이 결국 내 인생의 굴곡을 함께 견뎌 줄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에서 운의 상승기를 맞이할 때 베풀면서도 내게 주어진 성과와 행복 그 모든 것을 만끽할 필요가 있다. 그저 해야 할 일들만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베풀고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 순간의 기쁨을 진정으로 느끼고 내 삶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운의 상승기에서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것은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 운의 하락기를 견딜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상승에 있을 때는 그 에너지를 아낌없이 만끽하고, 주위에 베풀고 하고 싶은 일, 해 보지 못했던 일들에 도전하며 경험을 쌓는다. 여유가 있을 때 다양한 활동을 해 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순간들이 쌓여 힘든 시간의 나에게 큰 도움을 준다.

반대로, 하락세에 접어들 때는 행동을 다르게 해야 한다. 이때는 오히려 내 삶을 잠시 걸어 잠그고, 해야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반드시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면서, 최소한의 에너지를 쓰고 상황을 극복해 나간다. 이 내리막길을 견디는 동안 내가 필요한 것은 꾸준함과 인내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면서 나의 기본적인 일상에 충실하는 것. 그렇게 인생의 굴곡을 견디다 보면 어느새 다시 상승세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처럼 인생의 상승과 하락은 단순히 나를 흔드는 상황이 아니라, 나에게 인생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상승세가 오면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나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하락세가 찾아올 때는 그때를 지탱해 줄 내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담담하게 그 시간을 견뎌 내며 다시 한번 상승의 때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반복되는 이 굴곡 속에서 계속해서 성장하는 법, 나누는 법, 버티는 법을 배워 나갈 것이다.

결국, 인생의 굴곡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내가 꼭대기에 있을 때 나의 기쁨을 나누며 누군가를 돕고, 또 내가 밑바닥에 있을 때는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는 것이 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인생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다. 혼자 모든 것을 이겨 내는 것이 아니라, 이 굴곡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서로의 의지가 되는 존재들을 곁에 두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이자, 인생의 깊이를 더해 주는 삶의 지혜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굴곡 속에서 더 많은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

#2

실패의 가능성에 직면할 때마다 나는 불안감을 느꼈고 그래서인지 나의 도전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실패하지 않을 것’에 한정되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열심히 하는 사람’, ‘똑똑하게 계획한 목표를 이루는 사람’으로 보였겠지만, 사실 나는 언제나 내가 잘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움직였고, 그 한계를 넘는 도전에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무모하게 도전하다 실패한다면, 내가 쌓아 온 이미지나 성과가 모두 무너질 것 같았고, 그런 생각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 약한 멘탈은 나를 독하게 만들었다. 독한 게 강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겉으로는 늘 강해 보이려고 노력했고, 목표에 집착하면서도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겉모습이 나의 진정한 모습이라면 좋았겠지만, 사실 그 속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스로 멘탈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려는 강박에 시달렸다. 스스로를 약하다고 인정하지 않는 대신, 나는 강해지려고 더 독하게, 더 완벽하게 살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 강박은 나를 점점 더 약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불안정, 불확실성,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난관들 속에서 나는 더 이상 강한 척할 수가 없었다. 이미 수많은 아픔을 겪고 이직한 후에는 더 이상 내가 완벽한 사람, 강한 사람으로 보일 필요도 없었고,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타의적으로 일종의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유는 기존의 강박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내 내면의 불안을 누군가에게 숨길 필요가 없었지만, 그 불안과 무기력감을 감당하는 것 역시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몫이 되었다. 나는 멘탈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약한 나 자신을 감싸안아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인정하게 되었다.

#3

약한 멘탈을 인정한 후에야 비로소 나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전까지 나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실패할 때도, 불안할 때도, 그것이 내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강해지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었고, 스스로의 감정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오히려 나의 내면이 더욱 강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약함은 내가 극복해야 할 결점이 아니라, 나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멘탈이 약한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약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유연하고, 더 인간적이며, 더 회복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의 약한 멘탈은 이제 더 이상 나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만드는 도구가 되었다.

#4

나는 가끔 인생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저자이자 독자인 책 말이다. 개인의 삶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는 세상에 오직 한 권뿐인 책 말이다.

내가 내 삶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 책은 매일이 매 문장이 다르게 쓰인다. 나의 행동, 마음가짐, 주위 환경에 따라 이 책은 몇 년이 지나도 한 줄도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하루에 몇 페이지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내가 공직에서 보낸 4년 동안 내 인생이란 책은 단 한 문단도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내면이 단단해지고 깨달음이 있긴 했지만 내게는 분명한 아픔과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은 내 인생이란 책에 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의식중에도 담기지 않았다. 실제로 그때를 돌이켜보면 일상이나 어떠한 사건들이 명확하게 기억나는 경우가 잘 없다. 그냥 그날이 그날 같고 공무원 시절이라는 단어 하나로 통칭되어 기억이 난다. 세부적으로 빛나고 이야기가 꽃피는 기억이나 추억이 아니다.

나는 시간의 밀도가 다르다는 것이 무엇인지 체감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 인생의 밀도를 높게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5

나는 항상 바랄 것이다. 내 하루는 언제나 충실한 하루였으면 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내 인생이란 책이 충실하게 써내려져 갔으면 한다. 물론 매일이 이럴 수는 없다. 기억에 남지 않는 하루를 보낼 수도 있고, 지워 버리고 싶은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오늘은 책이 쓰이지 않고 쉬어 가야 하는 날일 수도 있다. 현실이 그러하고 인생이란 것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현실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방향성만이라도 이와 같이 가져가고 싶다는 말이다. 그렇게 나중에 시간이 지나 내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최선을 다해 써 내려간 내 책을 읽으며 흐뭇하게 웃음 짓고 싶다. 남이 보기엔 비루해 보일지라도 스스로 최선을 다해 써 내려간, 세상에 하나뿐인 빛바랜 책을 보면서 말이다.

#

image image

#

#후기

내가최근에 나자신한테한질문이 전부 2부 제목에 들어가있어서 뭔가웃겼고 운명같았던 독서였다 ㅎㅎ

#출처

책 5급 사무관을 때려치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