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속 우아함 #
#2025-06-02
#1
해소되지 않은 기분은 성격이 된다.
작은 짜증으로 시작된 기분은 일상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속속들이 헤쳐 모여 결국 더러운 성격으로 완성된다. 어떤 성격으로 살고 싶은지는 빼곡히 적은 새해 다짐이 아니라 일상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달려 있었다.
#2
사람의 진짜 우아함은 무너졌을 때 드러난다고 한다.
윗사람에게 깨진 날 후배를 대하는 태도나 안 좋은 일이 넘친 날 웃응며 인사할 줄 아는 여유에서 우린 그 사람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우아함이란 다시 말해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두 조각 난 날에도 평소처럼 인사하고 웃고 공들여 사과할 수 있는 태도.
한때는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아니 요즘처럼 내 감정 참는 게 손해인 시대에 저런 고리타분한 태도가 필요하긴 해? 나만 손해잖아. 근데, 필요하더라. 무너진 날조차 우아함을 유지하는 나를 보며 남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것에 무너지지 않아.” 우아함이란 결국 나를 위한 태도였다.
마음이 지옥 같은 날, 모든게 실패한 것 같은 날일수록 보다 공들여 웃고 감사하고 인사하자. 나를 위해서.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그 작은 태도가 어떤 말보다 강력한 신호가 되어줄 테니.
#3
현명한 사람일수록 함부로 불행해지지 않는다.
현명함이란 행복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불행의 양을 줄이는 데 더 많이 쓰인다. 일단 한번 불행으로 물든 마음은 어떤 행복으로도 쉽게 퇴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월급날이어도 승진을 해도. 아니 원하는 모든 목표를 다 이뤄내도 가족이 아프면 절대 행복해질 수 없듯. 불행은 행복에 비해 너무 강하고, 구체적이다. 행복이 상상이라면 불행은 일상인 것이다. 어른이 될수록 불행에 대한 수비력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내 인생이 진짜로 그렇게 불행해?’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아니 몇 날 며칠이고 홀로 답을 적는다. 그러다 보면 대체로 답이 간단해진다. 내 인생은 생각만큼 불행하지 않고, 생각보다 행복하다.
#
#출처
책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