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

승인 #

#2026-09-04


누구나 순응하기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상실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죽음은 특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봤듯 상실의 고통을 ‘수락’해야 이윽고 다시 살아 있다고 느끼게 된다. 어쩌면 상실을 결코 극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결 편안하게 숨을 쉬고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애도 전문가 데이비드 캐슬러는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세상에서 현재를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삶을 거부할 때, 많은 사람이 처음에는 사랑하는 이가 죽기 전처럼 삶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러나 순응을 단편적으로 거치면서 결국 예전처럼 삶을 이어갈 수 없다고 깨닫는다. 삶은 영원한 편화고, 우리는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역할을 다시 편성하고 타인에게 새로 배정하거나, 직접 책임지는 법을 익혀야 한다.”

아버지는 건강 상태가 불확실해질수록 내게 순응의 힘을 알려주는 데 열중했다. 스스로 부모로서, 사업가로서, 친구로서, 남편으로서, 삶의 주체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고, 잘해왔다는 확신을 얻었다. 더는 벗어진 머리나 전체적으로 변한 외모에 당혹스러워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곧 죽는다는 사실에도 순응했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아주 사소한 일마저 축하할 만큼 소중해졌기 때문이다.

(나도 잘 순응하고 있을까? 스스로 여자친구로서 마음을 다해 잘해줬던가? 나는 내가 가진것 중에서 현규오빠가 가장 빛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말해주었다. 강박증이 발동할 상황이 생길때마다 괜찮아, 화장실 찾아보자고 안심시키려고 해주었다. 내가 불편해지는 상황에 미안해할때마다 당연한거라고 괜찮다고 말해줬다. 내가 가진것들을 전부 나누었다. 그렇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는 날들엔 강박증이 발동할때 나보다 더러운게 우선인것같은 속상한 마음을 쌓아두기도 했다. 또 내가 강박증 대처를 잘 못해주고 실수할때마다 현규오빠가 보이는 부정적인 감정에 '내가 실수했고 현규오빠가 지적했다'는 것에 크게 의기소침해서, 현규오빠가 들을 수 있는 상황에 들을수 있는 형태로 전할 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갈등을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규오빠를 포기했다. 그렇지만 내 조절이 닿는 한 나는 최선을 다했다. 감정을 괜찮은 순간에, 괜찮은 방법으로 분출하는 법을 몰랐고 원하는 바를 나쁘지 않게 요구할수있다는걸, 그게 장기적으로 좋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였다. 그로써 나는 많이 애썼다. 내가 가진 것들을, 물질적이든 관심이든 모든 자원들을 현규오빠에게 부었다. 그리고 나를 잃지 않는 선까지 했던건 오히려 옳은 방향이었다. 약한 나로써는 모든걸 버리고 전적으로 몸을 던졌을때 더욱 깊은 파국으로 들어섰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 직전까지도, 마지막 순간이 지나고 한동안도 헤어지려는 생각은 없었다.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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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 불행 앞에 노래 부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