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창업자의 자격

공동창업자의 자격 #

#2024-12-31


#1

2002년 1월의 어느 일요일, 창고를 빌려 그 아마추어 엔진의 제작에 열중하던 중 가비가 뮬러에게 일론 머스크라는 인터넷 백만장자가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저스틴과 함께 도착했을 때, 뮬러는 줄에 매단 80파운드짜리 엔진을 어깨로 떠받친 채 프레임에 고정하기 위해 볼트를 조이고 있었다. 머스크는 다짜고짜 그에게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게 추력은 얼마나 되나요?” 뮬러는 1만 3,000파운드라고 답했다. “더 큰 것도 만들어본 적이 있나요?” 뮬러는 얼마 전부터 TRW에서 65만 파운드의 추력을 가진 TR-106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진 연료로는 무엇을 쓰나요?” 머스크가 또 물었다. 뮬러는 머스크의 속사포 질문에 집중하기 위해 마침내 볼트 결합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머스크는 뮬러에게 TRW의 TR-106만큼 큰 엔진을 혼자서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 뮬러는 자신이 인젝터와 점화기를 직접 설계했고, 펌프 시스템을 잘 알고 있으며, 나머지는 팀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물었다.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뮬러는 TRW가 1,200만 달러를 들여 그것을 제작하고 있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방금 전에 던진 질문을 재차 반복했다.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오, 이런, 그거 참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대화가 너무 빨리 구체적인 사안으로 진행되어서 속으로 놀라고 있던 뮬러 역시 그 부분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때 긴 가죽 코트를 걸치고 있던 저스틴이 머스크를 쿡 찌르며 이제 갈 시간이 되었다고 말을 건넸다. 머스크는 뮬러에게 다음 일요일에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뮬러는 주저했다. “마침 슈퍼볼 일요일이었고, 나는 와이드스크린 TV를 막 구입했기에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는 거부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찾아오겠다는 머스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리가 발사체 제작에 대해 얼마나 몰두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지요.” 뮬러의 기억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다른 엔지니어 몇 명과 함께 최초의 스페이스X 로켓에 대한 계획을 계략적으로 세우기까지 했다. 발사체의 1단은 액체산소와 등유를 사용하는 엔진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제가 그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뮬러가 말했다. 머스크는 상단에는 과산화수소를 사용하자고 제안했지만, 뮬러는 그것을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산화질소를 제안했지만, 머스크는 그것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결국 두 사람은 2단에도 액체산소와 등유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슈퍼볼은 잊혔다. 로켓이 더 흥미로웠다.

#2

뮬러는 스페이스X의 첫 번째 주요 영입자가 되었다.

뮬러가 고집한 한 가지 조건은 머스크가 그의 2년 치 보수를 조건부 날인 증서로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그는 인터넷 백만장자가 아니었기에 벤처가 실패할 경우 보수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머스크는 동의했다. 하지만 이 일로 머스크는 뮬러를 스페이스X의 공동창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것은 머스크가 페이팔 시절에도 중요하게 여겼고, 테슬라를 창업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중시할 투자와 관련된 문제였다. 그는 회사에 투자할 의사가 없다면 창업자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2년치 월급을 조건부 날인 증서로 예치해달라면서 자신을 공동창업자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는 거지요.” 머스크는 말한다. “공동창업자가 되려면 영감과 땀, 리스크가 어느 정도 조합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3

공장을 설계할 때 머스크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제조 팀이 모두 함께 모여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따랐다. “조립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를 붙잡아 세우고 ‘대체 왜 이런 식으로 만든 거요?‘라고 따질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머스크가 뮬러에게 설명했다. “가스레인지 위에 자기 손을 올려 놓으면 뜨거워지자마자 바로 떼어내지만, 다른 사람의 손이 올라가 있으면 무언가 조치를 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마련이지요.”

팀이 성장함에 따라 머스크는 자신의 리스크에 대한 내성과 의도적인 현실 왜곡 논리를 자신의 팀에도 불어넣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 다음 회의에 초대받지 못했지요.” 뮬러의 회상이다. “그는 그저 어떻게든 일을 해낼 사람들을 원했어요.” 이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도록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쁜 소식을 전하거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길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기에도 좋은 방법이었다.

#4

멀린 엔진을 개발할 때, 뮬러는 버전 중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보기엔 충분히 공격적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요? 이건 말도 안 돼. 반으로 줄이세요.”

뮬러는 난색을 표했다. “이미 반으로 줄인 일정을 그렇게 다시 반으로 줄일 수는 없습니다.” 머스크는 그를 차갑게 쳐다보며 회의가 끝난 뒤에 남으라고 말했다. 둘만 남았을 때 그는 뮬러에게 계쏙 엔진 책임자로 남고 싶은지 물었다. 뮬러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머스크는 “그럼 내가 뭔가를 요구하면, 염병할, 그냥 그렇게 해주시오"라고 했다.

뮬러는 이에 동의하고 임의로 일정을 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요?” 뮬러가 물었다. “결국 원래 일정에 잡혀 있던 시간을 거의 다 들인 후에야 완성이 되었지요.” 머스크의 미친 스케쥴은 때대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매번 그러지는 못했다. 뮬러는 말한다. “머스크에게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지요. 그냥 해보겠다고 말하고 나중에 잘 안 되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되는 겁니다.” (이거 우리 교수님이자나..)

#5

머스크는 설계에 반복적 접근방식을 취했다.

로켓과 엔진의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 테스트하고, 날려버리고, 수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식으로 마침내 제대로 된 게 나올 때까지 반복했다. 빠르게 움직이고, 날려버리고, 반복하라! 뮬러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얼마나 잘 피하느냐가 아니거든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얼마나 빨리 파악해서 해결하느냐가 진정으로 중요한 겁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버전의 엔진을 여러 다양한 조건에서 몇 시간 동안 시험 발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국방규격 표준이 있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다가 비용도 많이 드는 접근방식이었지요.” 팀 부자의 설명이다. “일론은 그저 엔진 하나를 만들어서 테스트 스탠드에서 불을 붙여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작동하면 로켓에 장착해 날려보자는 거였지요.” 스페이스X는 민간기업이었고, 머스크는 기꺼이 규칙을 어기는 성향이었기에 그렇게 원하는 대로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었다. 부자와 뮬러는 엔진이 고장 날 때까지 밀어붙여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파악하곤 했다. 반복적 설계에 대한 이러한 신념은 곧 스페이스X에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테스트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머스크는 2003년 말 엔진 연소실 내부의 열 확산 소재에 균열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색다른 접근방식을 시도했다. “처음에 하나, 이어서 또 하나, 또 하나, 그렇게 우리가 만든 최초의 연소실 세 개에 균열이 생겼어요.” 뮬러의 회상이다. “말 그대로 재앙이었지요.”

나쁜 소식을 듣자 머스크는 뮬러에게 고칠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냥 버릴 수는 없어요.” 뮬러는 “고칠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머스크를 격분하게 만드는 종류의 발언이었다. 그는 뮬러에게 비행기를 보낼 테니 그 세 개의 연소실을 싣고 로스앤젤레스의 스페이스X 공장으로 날아오라고 지시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에폭시 접착제를 균열에 스며들도록 도포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뮬러가 말도 안 되는 미친 아이디어라고 말했고, 둘 사이에는 고성이 오갔다. 그러다 마침내 뮬러가 물러섰다. 그는 팀원들에게 말했다. “그가 결정권자니까.”

연소실이 공장에 도착했을 때 머스크는 마침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던 터라 고급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는 파티에 가지 못했다. 대신 그는 밤새 에폭시 도포 작업을 도왔다. 멋진 부츠가 엉망이 되도록.

도박은 실패로 돌아갔다. 압력을 가하자마자 에폭시가 떨어져나갔다.

연소실을 다시 설계해야 했고 발사 일정은 4개월 뒤로 미뤄졌다. 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추구하며 기꺼이 공장에서 밤을 새는 머스크를 보면서 엔지니어들은 두려움 없이 색다른 해결책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고무되었다.

그렇게 패턴이 형성되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기꺼이 날려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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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 일론 머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