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중독

리스크 중독 #

#2024-12-31


#1

레브친은 머스크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고민이 됐다. 그의 팔씨름 제안은 진담이었을까? 바보 같은 유머와 게임 플레이로 간간이 중단되곤 하는 일련의 광적인 격렬함은 계산된 것일까, 아니면 그저 발광일 뿐인가? 레브친은 말한다. “그가 하는 모든 일에는 아이러니가 있어요. 그는 11까지 올라가지만 4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 아이러니 설정 상태에서 움직입니다.” 머스크의 힘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아이러니 서클로 끌어들여 자기들만 아는 농담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러니 화염방사기를 켜고 일론 클럽의 회원이라는 배타적인 의식을 만들어내죠.”

하지만 레브친에게는 그런 방식이 잘 먹히지 않았다. 그는 진지함이라는 자신의 방패로 머스크의 아이러니 화염방사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는 머스크의 과장을 탐지하는 데 탁월한 레이더를 보유했다. 합병 과정에서 머스크는 엑스닷컴의 사용자가 2배 가까이 많다고 계속 주장했고, 레브친은 엔지니어들에게 확인하여 실제 사용자 수를 알아내곤 했다. “머스크는 단순히 과장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없는 얘기를 지어내기도 했어요.” 레브친의 말이다. 그의 아버지가 종종 보여주던 행태였다.

하지만 레브친은 그에 반하는 사례를 접하면서 경탄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박학다식으로 그를 놀라게 했을 때가 대표적인 경우다. 어느 날 레브친과 그의 엔지니어들은 사용 중인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관련한 어려운 문제로 씨름하고 있었다. 다른 일로 그 방에 들어선 머스크는 자신의 전문 분야는 오라클이 아닌 윈도였지만, 대화의 맥락을 즉시 파악하고 정확한 기술적인 답변을 내놓은 후 확인을 기다리지도 않고 방을 나갔다. 레브친과 그의 팀은 오라클 매뉴얼로 돌아가 머스크가 설명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하나씩 하나씩 들여다보며 우리 모두 ‘젠장, 머스크 말이 맞네’라고 했지요.” 레브친의 회상이다. “머스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의 전문 분야에 대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하죠. 나는 그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 중 상당 부분이 바로 때때로 드러내는 그런 예리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헛소리꾼이나 바보로 잘못 알고 있던 사람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그런 면모에 세게 한 방 맞은 기분이 드는 거지요.”

#2

이사회에서 투표를 통해 머스크의 해임을 결정했을 때, 머스크는 지금까지 그의 격렬한 투쟁을 지켜본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 차분하고 품위 있게 대응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이렇게 썼다. “엑스닷컴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경험 많은 CEO를 영입할 때가 되었다고 결정했습니다. 그 작업이 완료되면 3~4개월 정도 안식 기간을 갖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검토해본 다음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머스크는 길거리 싸움꾼이었음에도 의외로 패배에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나중에 옐프Yelp를 창업하는 머스크의 추종자 제러미 스토플먼이 이사회 결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자신과 다른 몇몇이 사직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을 때, 머스크는 아니라고 답했다. “회사는 나의 아기였고, 솔로몬 이야기에 나오는 어머니처럼 나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꺼이 포기할 수 있었어요.” 머스크는 말한다. “나는 틸 및 레브친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로 결심했어요.”

#3

머스크는 3년 만에 두 번째로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선지자였다. 페이팔의 동료들이 머스크의 가차 없고 거친 스타일에 더하여 놀랐던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그의 의지, 심지어 욕망이었다. “기업가는 사실 리스크를 감수하는 사람이 아니지요.” 로로프 보타는 말한다. “기업가는 리스크를 완화하는 사람이에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번창하려 하지도 않고 리스크를 증폭시키려 하지도 않죠. 대신 통제 가능한 변수를 파악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요.” 하지만 머스크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우리가 물러설 수도 없게 배를 불태워버리는 데 몰두했어요.” 보타가 보기에 머스크의 맥라렌 사고는 그런 성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가속페달을 있는 대로 밟고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보려다 난 사고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항상 리스크를 제한하는 데 집중하던 틸과 머스크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었다. 한번은 틸과 호프먼이 페이팔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을 집필할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머스크에 관한 장의 제목을 “‘리스크’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남자”로 잡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리스크 중독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도록 사람들을 이끈다는 면에서는 유용할 수도 있었다. 호프먼은 말한다. “머스크는 놀랍도록 성공적으로 사람들이 사막을 가로질러 행진하게 만들곤 하지요. 그는 모든 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수년 후 레브친은 한 독신 친구의 아파트에서 머스크 등과 함께 어울렸다. 몇몇 사람들은 판돈을 크게 걸고 텍사스 홀덤이라는 포커 게임을 하고 있었다. 머스크는 카드 플레이어가 아니었음에도 테이블로 다가갔다. “카드를 외우고 확률을 계산하는 데 능한 컴퓨터광들과 타짜 수준의 꾼들이 모여 있었지요.” 레브친의 설명이다. “일론은 모든 판에서 올인을 걸었고, 당연히 졌지요. 그러자 칩을 더 사서 더블 다운을 하고, 계속 그런 식으로 플레이했어요. 그렇게 여러 판에서 돈을 잃은 후에 마침내 올인을 걸고 이겼지요. 그랬더니 ‘좋아, 여기까지’라고 하면서 일어서더군요.” 칩을 테이블에서 거두지 않고 계속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 그것은 그의 인생의 주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좋은 전략인 것으로 드러났다. 틸은 말한다. “그가 이어서 설립한 두 회사,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보세요. 실리콘밸리의 통념에 따르면 이 두 회사는 모두 엄청나게 미친 도박이었지요. 하지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두 개의 미친 회사가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요? ‘일론은 리스크와 관련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이해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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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 일론 머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