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지속 가능한 에너지, 우주여행 #
#2024-12-31
#1
머스크는 여름이 끝날 무렵 스탠퍼드대학원에 진학하여 재료과학을 공부할 계획을 세웠다. 여전히 커패시터에 매료된 그는 그것으로 전기자동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었다. “첨단 칩 제조 장비를 활용하여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에 충분한 에너지 밀도를 가진 고체 소자 울트라 커패시터를 만들어볼 생각이었어요.” 그는 말한다. 하지만 등록기간이 가까워지면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스탠퍼드에서 몇 년을 보내고 박사학위까지 받았는데 그 커패시터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사실 대부분의 박사학위는 무의미해요. 실제로 그 부류 가운데 세상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머스크의 말이다.
#2
그 무렵 그는 마치 ‘만트라’처럼 되새기고 되새길 인생의 비전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인류에게 진정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어요. 그리고 세 가지를 떠올렸지요. 인터넷, 지속 가능한 에너지, 우주여행.” 1995년 여름, 머스크는 그중 첫 번째인 인터넷이 그가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마 전 웹이 상업용으로 개방되었으며, 8월 초에 브라우저 스타트업 넷스케이프Netscape가 IPO를 단행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29억 달러의 기업으로 날아오른 상황이었다.
머스크는 사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졸업반 시절에 구상한 인터넷 기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하나 갖고 있었다. 뉴욕 및 뉴잉글랜드 지역 전신전화 회사인 나이넥스NYNEX의 한 임원이 학교 강연회에 와서 옐로페이지(미국의 업종별 전화번호부-옮긴이)의 온라인 버전 출시 계획에 대해 밝혔을 때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빅옐로Big Yellow’라는 이름의 그 온라인 버전은 인터랙티브 기능을 갖추어 사용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정보를 맞춤화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임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나이넥스가 진정한 인터랙티브의 구현 방법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다(결과적으로 그것은 올바른 판단이었다). 그는 킴벌에게 “우리가 직접 만드는 게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킴벌은 사업체 목록과 지도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버추얼 시티내비게이터Virtual City Navigator’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탠퍼드대학원 등록 마감일 직전, 머스크는 노바스코샤 은행의 피터 니콜슨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토론토로 갔다. 버추얼 시티내비게이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계속 추구해야 할까요, 아니면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게 나을까요? 스탠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니콜슨은 애매하게 둘러말하지 않았다. “인터넷 혁명 같은 것은 일생에 단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니콜슨은 머스크와 함께 온타리오 호숫가를 따라 걸으며 말했다. “대학원은 나중에라도 뜻만 있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지.” 머스크는 팰로앨토로 돌아와 렌에게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다른 모든 것은 보류하기로 했어. 지금은 인터넷의 물결에 올라탈 때야.”
하지만 그는 사실 자신의 베팅에 보험을 들었다. 스탠퍼드에 정식 등록하고 즉시 휴학을 신청한 것이다. “실은 제가 최초로 인터넷 지도와 전화번호부를 갖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머스크는 재료과학과 담당교수인 빌 닉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마 실패할 겁니다. 실패하는 경우 다시 돌아오고 싶습니다.” 닉스는 머스크가 학업을 연기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지만 머스크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3
머스크 형제는 수익금 가운데서 아버지에게 30만 달러를, 어머니에게 100만 달러를 드렸다.
일론은 50평짜리 콘도를 구입하고 당시 가장 빠른 양산차인 맥라렌 F1 스포츠카를 100만 달러에 구입하는 등 나름대로 궁극의 사치를 부렸다. 그는 그의 집에서 차가 배달되는 모습을 촬영하게 해달라는 CNN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YMCA에서 샤워를 하고 사무실 바닥에서 잠을 자던 제가 이제 100만 달러짜리 차를 갖게 되었습니다.” 머스크는 트럭에서 차가 내려지는 동안 이렇게 말한 후 거리를 이리저리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충동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분출한 이후, 그는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부에 대한 취향을 경솔하게 과시하는 것이 꼴사나운 짓임을 깨달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차를 구입한 것을 보고 건방진 제국주의자의 전형적인 행동방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제 가치관이 변했을지 모르지만, 저는 제 가치관이 변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가 변한 걸까? 새롭게 얻은 부로 그는 자신의 욕망과 충동에 거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지만, 그런 상황은 항상 보기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진지하고 사명감 넘치는 강렬함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작가 마이클 그로스는 실리콘벨리에서 티나 브라운의 번지르르한 잡지인 <토크>에 새로 부자가 된 테크노브랏techno-brat, 즉 기술 열풍을 타고 벼락부자가 된 젊은 리더들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었다. “날카롭게 비판해도 될 만한 허세 가득 찬 주인공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로스는 몇 년 후 이렇게 회상했다. “하지만 2000년에 만난 머스크는 삶의 환희가 넘치는, 너무 호감 가는 인물이라 비판할 수가 없었지요. 그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주변의 기대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심했지만, 편하고 개방적이며 매력적이고 재미난 인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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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 일론 머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