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를 줄 세우는 방법 #
#2024-12-31
#1
일론 머스크가 물려받은 유산과 혈통은 그의 뇌 배선과 어우러져 때때로 그를 냉담하게도, 충동적이게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리스크에 대한 극도로 높은 수준의 내성으로 이어졌다. 그는 리스크를 냉정하게 계산할 수도 있었고, 열정적으로 수용할 수도 있었다. “일론은 리스크 그 자체를 원합니다.” 페이팔PayPal 초창기에 머스크의 파트너로 일했던 피터 틸은 말한다. “그는 리스크를 즐기는 듯합니다. 때로는 정말 리스크에 중독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머스크는 태풍이 몰려올 때 가장 강력한 생기를 느끼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나는 폭풍을 위해 태어났어요. 그러니 고요함은 나에게 적합하지 않지요.”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이 한 말이다. 일론 머스크도 마찬가지다. 그는 일과 연애 양 측면에서 폭풍과 드라마를 끌어당기는 힘, 때로는 갈망을 발달시켰다(그래서 그가 그렇게 부부 또는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리라). 그는 위기나 데드라인, 할 일의 폭증과 같은 상황에서 번성했다. 복잡하고 난해한 도전에 직면하면, 그로 인한 긴장으로 종종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심지어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그에게 활력도 불어넣었다. “형은 드라마를 끄는 자석과 같아요.” 킴벌이 말한다. “드라마가 그의 강박이자 삶의 주제입니다.”
#2
예전에 내가 스티브 잡스에 관해 취재하던 당시, 그의 파트너였던 스티브 워즈니악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꼭 그렇게 비열하게, 꼭 그렇게 거칠고 잔인하게, 꼭 그렇게 매번 드라마틱하게 굴었어야 했을까?”
인터뷰 말미에 해당 질문과 관련해 본인은 어떻게 다른지를 묻자, 워즈니악은 만약 자신이 애플을 경영했더라면 그보다는 좀 더 온화하게 처신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직원 모두를 가족처럼 대했을 것이고, 즉결로 해고하거나 그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후 잠시 멈추었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만약 내가 애플을 경영했더라면, 매킨토시 같은 것은 결코 만들어내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는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도 유사한 질문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괴팍하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를 전기차의 미래로, 그리고 화성으로 인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2022년 초, 스페이스X에서 31차례나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테슬라의 자동차가 100만 대 가까이 팔렸으며, 머스크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등극한 기념비적인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으며 머스크는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자신의 충동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사고방식을 위기 모드에서 다른 것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가 나에게 한 말이다. “대략 지난 14년 동안 위기 모드로 살아왔거든요. 아니 거의 평생을 그랬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그것은 새해 결심이라기보다는 아쉬움을 담은 말이었다. 그런 맹세를 했음에도 그는 세계 최상의 놀이터라 할 수 있는 트위터의 주식을 비밀리에 사들이고 있었다.
#3
머스크는 나중에 자신이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밝히고 심지어 농담까지 하곤 했다. 아스퍼거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한 형태에 대한 일반적인 명칭으로, 사회성과 인간관계, 정서적 연결, 자기 조절 능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렸을 때 실제로 그런 진단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어머니의 말이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그 말이 맞겠지요.” 그의 그런 상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악화되었다. 그의 절친한 친구 안토니오 그라시아스에 따르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는 괴롭힘을 당하거나 위협을 받는다고 느낄 때면 어린 시절에 얻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인 변연계를 완전히 장악해버렸다.
그 결과 그는 사회적 신호를 잘 포착하지 못했다. “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말하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곤 했어요.” 그의 말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이 항상 진심은 아니라는 것을 오로지 독서를 통해 배웠어요.” 그는 공학, 물리학, 코딩과 같은 보다 정확한 주제를 선호했다.
모든 심리적 특성이 그렇듯이 머스크의 특성 역시 복합적이고 개별화되어 있었다. 그는 특히 자녀와 관련해서는 매우 따뜻해질 수 있었고, 혼자 있게 되면 불안감을 심하게 느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일상적인 친절이나 따뜻함,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내는 감정 수용기가 없었다. 그는 공감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다. 덜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그는 개자식처럼 굴 수도 있었다.
#4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이 더 돈독했던 아버지는 일론에게 우리의 제한된 감각과 머리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종사 중에는 무신론자가 없는 법이지요.” 그의 말이다. 일론은 나중에 이렇게 덧붙였다. “시험 시간에는 무신론자가 없는 법이지요.” 하지만 일론은 일찍부터 과학이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으므로 창조주나 신성을 불러내 삶에 개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믿게 되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일론은 무언가 빠졌다는 생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존재에 대한 종교적 설명과 과학적 설명 모두 ‘우주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정말 중요한 질문을 다루지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물리학은 우주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있었지만, 그 존재의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가 스스로 ‘청소년기의 실존적 위기’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어졌다. “나는 삶과 우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란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우울해졌지요.”
훌륭한 책벌레들이 그러하듯이, 그는 독서를 통해 이런 의문을 해결했다. 처음에 그는 불안한 청소년의 전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니체나 하이데거, 쇼펜하우어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책을 읽은 것이다. 이것은 일론의 혼란을 절망으로 바꾸어놓았다. “십대들에게는 니체를 읽으라고 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론은 말한다.
#5
머스크의 그런 청소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공상과학 소설은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다. 유쾌함과 풍자가 넘치는 이 이야기는 머스크가 나름의 철학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그의 진지한 표정에 익살스러운 유머를 더해주었다. “그 책은 내가 실존적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었어요. 그 책을 읽는 순간 모든 부분에서 미묘한 방식으로 놀랄 만큼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이 소설에는 초공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외계 문명에 의해 지구가 파괴되기 몇 초 전에 지나가는 우주선에 의해 구조되는 아서 덴트라는 인간이 등장한다. 덴트는 자신을 구해준 외계인과 함께 “불가해성을 예술로 바꾼” 머리 두 개 달린 대통령이 통치하는 은하계의 다양한 구석구석을 탐험한다. 은하계의 주민들은 “생명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며 슈퍼컴퓨터를 만들지만, 그 컴퓨터는 700만 년 이상이 지난 후 그 질문에 대해 ‘42’라는 답을 내놓는다. 당황한 외계인들이 어리둥절해하며 법석을 떨자 컴퓨터는 응답한다. “확실히 답이 그렇게 나왔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문제는 여러분이 질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교훈은 머스크에게 그대로 각인되었다. “나는 그 책을 통해 의식의 범위를 확장해야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을 더 잘 던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리 의식의 범위를 우주로 확장해야 하는 거지요.”
#6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일론은 때때로 다소 거칠고 쓴 웃음을 터뜨렸다. 아버지와 비슷한 웃음이었다. 일론이 사용하는 일부 단어와 그가 응시하는 방식, 빛에서 어둠으로 그리고 다시 빛으로 갑작스럽게 변하는 모습은 그의 가족들에게 그의 내부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에롤을 떠올리게 한다. “일론이 나에게 들려준 끔찍한 이야기의 그림자가 자신의 행동방식에서 드러나는 것을 보곤 했어요.” 일론의 첫 번째 부인인 저스틴의 말이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이 성장한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게 해주었지요.” 이따금 그녀는 감히 “당신이 아버지로 변하고 있어요”와 같은 말을 입에 올렸다. “사실 그것은 그가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경고하는 우리의 암호였어요”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그러나 저스틴은 항상 자녀에게 감정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일론이 아버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에롤을 보면 정말로 주변에서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반면에 좀비가 창궐하는 대재앙이 발생한다면 일론의 팀에 속하고 싶을 거예요. 일론이라면 좀비를 줄 세우는 방법을 알아낼 것이기 때문이죠. 그는 매우 냉혹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승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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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 일론 머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