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와 지도

상자와 지도 #

#2025-02-18


#1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정보에 접근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더 체계화할 필요는 없다. 머신러닝이 우리를 그런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지만 사실 그 반대다. 알고리즘은 복잡성과 무작위성 속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환경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단순한 패턴을 추구하는 경향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사고방식에서 나타난다.

기계는 복잡한 현실을 전체적인 데이터 집합의 또 다른 일부로 여겨 단순하게 접근하는 데 반해, 정작 그로부터 도피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다. 단순하거나 직접적이지 않은 대상을 더 복잡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통찰력과 자발성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다.

#2

비지도 학습 머신러닝 중 클러스터링은 데이터를 A, B, C로 분류하려는 선입견 없이 “공통점"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미리 정한 결론에 꿰맞추기보다 데이터 자체가 말해주기를 바랄 때 특히 유용하다.

#3

상자는 유용한 증거와 대안을 모아 정돈된 형태로 만든 것이다. 상자 속 사고방식은 깔끔하기 때문에 선택을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나무는 유기적으로 자란다. 나무는 우리를 사방으로 이끌 수 있고, 그중 상당수는 의사 결정의 막다른 길이나 완벽한 미궁으로 밝혀진다. 그러면 어느 쪽이 나을까? 상자, 아니면 나무? 정답은 ‘둘 다 필요하다’이다.

#4

상자 속에서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나는 내 주변 세상과 사람들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내가 더 많은 데이터를 모을수록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모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었기에 쓸모없는 잡동사니로 가득 찬 상자만 점점 늘어났다. 나는 이 과정 때문에 거의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때로는 몸을 어느 각도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집중하느라 침대에서 벗어날 때조차 고군분투 해야했다.

물론 분류는 강력한 도구이며 어떤 옷을 입을지, 무슨 영화를 볼지 같은 문제에서 즉각적으로 결정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며, 미래를 알기 위해 과거의 증거를 이용해서 까다로운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심각하게 억압한다.

#5

우리는 모두 모순과 불가측성, 무작위성을 헤쳐나간다. 이들은 삶을 현실로 만드는 요소다. 우리는 둘 이상의 선택지 중에서 골라야 하며, 고려해야 할 증거들은 파일로 정리되어있지 않다. 깔끔한 상자 모서리는 든든하지만 환상일 뿐이다. 현실의 그 무엇도 그렇게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자는 고정되어 있고 휘어지지도 않지만, 우리의 삶은 역동적이며 계속 변한다.

#6

좋은 의사 결정은 보통 확실성을 가정하는 데서 나오지 않으며 혼돈, 다른 말로는 증거라는 것에서 나온다. 의사 결정을 둘러싼 데이터 집합을 충분히 깊이 탐색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과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다양한 의사 결정으로 이어지는 나뭇가지가 일제히 닫히거나 열리지 않는다면 사실상 눈가리개를 한 채 선택하는 셈이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데이터 포인트를 충분히 수집하고 가능성이 큰 계획을 구상하면 대부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지도를 손에 쥘 수 있다. 관행이나 미리 정해놓은 결과가 아니라 증거가 의사결정을 이끌 것이고, 다양한 결과와 각 결과가 미치는 영향을 스스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